영화 비포 선셋(Before Sunset) 리뷰 / 다시 마주한 두 사람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의 남과 여 제시와 셀린느, 6개월 후에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진 못했지만 무려 9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만났다. 단 하루의 만남으로 애틋했던 두 사람이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재회했을 때는 어떤 대화가 오가고 그들 사이에 어떤 감정이 생겨날까. 모든 팬들이 기다렸던 <비포 선라이즈>의 후속작 <비포 선셋>의 정보,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리뷰를 소개한다.

 

영화 비포 선셋 포스터

 

1. 기본 정보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배우: 에단 호크(Ethan Hawke, 제시 역), 줄리 델피(Julie Delfy, 셀린 역)

-러닝 타임: 80분

-개봉 연도: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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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무 행복해 너랑 있어서, 그리고 네가 날 잊지 않아 줘서.

9년 만에 재회한 셀린과 제시

2. 영화의 줄거리

 9년 전 기차에서 셀린(줄리 델피)과의 우연한 만남을 소재로 자전적 소설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제시(에단 호크)는 자신의 소설을 홍보하기 위해 방문한 파리의 한 서점에서 셀린과 재회하게 된다. 얼마나 놀랍고 반가운 만남인가. 제시는 오늘 밤 해가 지기 전(before sunset)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 하는데 비행기 시간 전까지 셀린과 파리를 거리들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게 된다.

 

 셀린은 9년 전 제시와의 만남 이후로 파리에 거주하면서 환경운동단체에서 일하고 있고 제시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파리에 방문한 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서점에 찾아간 것이다. 저녁을 먹고 대화를 하며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속에 아직도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졌었다는 것을, 서로에 대한 깊은 교감이 남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해는 저물어 가고 헤어짐의 시간이 오는데 시간이 너무 짧다.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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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하인드 스토리

1) 영화 제작 기간

감독과 배우들의 호흡이 정말 좋았나 보다. 영화 제작기간이 고작 1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나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함께 각본을 공통 집필했다고 한다. 게다가 장면들이 롱테이크 촬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치 일생 v-log를 보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럽고 편안한다. 하루 만에 후다닥 다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감독과 배우가 이 작품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느껴진다. 

 

2) 깜짝 카메오의 정체

셀린의 아파트 마당에서 셀린과 대화하는 사람들은 실제 셀린 역 배우인 줄리 델피의 부모님인 알베르 델피(Albert Delfy)와 마리 필레(Marie Pillet)라고 한다. 깜짝 놀랐다. 심지어 두 분 다 원래 영화배우였다. 역시 일반인이 저렇게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할 수가 없다. 집안에 연기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줄리 델피가 저렇게 천상 배우가 되었구나 싶었다. 특히나 줄리의 아버지인 알베르 델피의 연기가 어찌나 능청맞고 자연스럽던지. 딸의 영화에 출연하여 대대적인 지원을 해준 그녀의 부모님들께 박수를 보낸다. 

 

3) 에단 호크의 대사 속 숨겨진 진짜 의미

영화 속에서 제시는 결혼 생활이 흔들리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것은 실제 에단 호크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대사에 자신의 사생활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그러니 나에게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진 거다. 에단 호크는 1998년 영화배우 우마 서먼과 결혼한 이후로 사이가 극도로 안 좋아져서 2005년에 결국 이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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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주 주관적인 리뷰

영화를 보는 내내 좋았다. 그리고 보는 도중에 난 이 영화를 또 볼 거라고 결심하게 만든다. 실제로 5번 정도는 더 본 것 같다.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너무 짧은 시간만 남았기에 셀린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하고 곁에 있으려고 하는 제시의 모습에 애틋함이 느껴진다. 서로 그리워했던 것을 감추기도 하고 대화를 하면서 점점 솔직하게 그리워했었음을 드러내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편안해 보이는지. 비행기 시간이 다가왔지만 제시는 느긋하게 셀린의 공간(그녀의 집)으로 들어가고 소파에 앉아서 그녀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렇게 평화로운 장면에서 영화가 끝난다. 관객에게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라는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제시가 비행기를 타러 가지 않고 그녀와 시간을 더 보내다가 갔을 거라 생각한다.

 

<비포 선라이즈>는 젊은 20대들의 로망이라면, <비포 선셋>은 20대 후반 혹은 30대들의 로망이다. 서로를 공감하려고 노력하고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관계를 유지하려는 남과 여의 모습을 보여준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 감정이입이 잘 되는 영화. 영화라기 보단 한 편의 시 같다.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없는 편안한 어른의 연애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OST 추천

제시 역의 줄리 델피가 부르는 'A waltz for a night'이라는 노래는 꼭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 이 노래를 검색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쑥스러운 듯 노래하는 나른한 셀린의 목소리와 사랑이 가득한 제시의 눈이 이 둘의 감정이 이완되어 있어 서로를 아주 편하게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래와 배경,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삼박자를 이루며 부드러운 음악인 왈츠(Waltz)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듣고 있다.)